팥죽으로 정을 나누는 동지 본문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지요.
동지는 그해에 동지가 음력 11월10일 안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이면 '중동지', 그믐 무렵이면 '노동지'라고 합니다. 올해는 동지가 양력 12월21일, 음력으로는 11월23일에 들므로 노동지에 해당합니다.
예로부터 동지를 흔히 작은설이라 하여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고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풍습은 팥죽의 붉은색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전염병을 예방한다는 토속신앙에서 비롯됐습니다. 또 찹쌀로 새알심을 따로 만들어 먹는 사람의 나이만큼 팥죽을 넣어 먹었습니다.
만일 그해 동지가 애동지라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이유로 팥죽을 쑤어먹지 않고 대신에 팥떡을 먹었습니다. 동지는 이날을 기점으로 태양이 다시 부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궁중에서는 설날과 동지를 가장 중요한 축일로 생각하여 동짓날 왕과 신하가 함께 모여 잔치를 하는 회례연을 베풀었습니다. 또한 해마다 중국에 동지사를 파견하여 예물을 올리며 이날을 축하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 관상감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면 나라에서는 동짓날에 이 책력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관원들은 이를 친지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달력은 표지 색깔에 따라 황장력, 청장력, 백장력이라고 불렀는데, 그 가운데 황장력을 제일로 쳤습니다.
이조에서는 지방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청장력을 선사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옛날에는 농경사회였던 만큼 24절기 등 때에 맞추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달력이 요긴하였고 요즈음에도 동지 무렵의 연말연시가 되면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풍속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부산 일대에서는 동짓날에 팥죽을 솔잎에 적셔서 집안 곳곳에 뿌림으로써 잡귀를 쫓습니다. 이때의 순서는 부엌, 앞마루의 사방 귀퉁이, 방문 앞의 벽, 대문, 변소, 외양간 순으로 합니다.
초상이 나서 아직 탈상을 하지 않은 집에서는 팥죽을 쑤지 않습니다. 이 금기를 어기고 팥죽을 쑤면 부산의 기장군 연화리의 경우 망인의 혼령이 구천을 떠돈다고 하고, 기장군 내리에서는 마을에 줄초상이 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금정구 금성동에서는 팥죽을 쑨 다음 먼저 웃물을 떠서 조왕에게 바친 뒤 집안 곳곳에 뿌려서 잡귀를 쫓는다고 합니다.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백성들은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고 또 일가친척이나 이웃간에는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하였습니다.
오늘날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돕기를 펼치는 것도 동짓날의 전통이 이어져 온 것으로 보입니다.
*동지팥죽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먹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끓입니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 먹습니다.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의 뜻이고 집안 곳곳에 놓는 것은 축귀의 뜻이어서 이로써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낸다고 믿었습니다. 이것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이므로 음귀를 쫓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주술 행위의 일종입니다.
팥은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에 특효가 있으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입니다.
팥죽은 동지에만 쑤어 먹는 것이 아니고 이웃이 상을 당하였을때 쑤어 부조하기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는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어서 요즘도 고사를 지낼 때에는 팥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고사의 목적은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이 번성하기를 기원하고, 공사를 하는 사람은 공사가 아무런 사고없이 완공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팥이 들어가는 음식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믿었지만,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팥이 지닌 여러가지 효능으로 보아 건강식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