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우의 스파링 본문
한 소년이 권투선수로 성공하기까지의 성장담으로 틀을 잡고 있지만 도선우의 스파링은 불공정한 이 사회의 질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소년 장태주가 보육원에서 자라고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거침없는 말들은 개인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문제들 조차도 사실은 사회 구조적 문제이며 그 틀 안에서 근원을 찾아 내어 우리에게 그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질서라는 건 한번 만들어지면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질서를 바꾸려면 질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무턱대고 덤볐다간 자기 인생만 망치게 된다고. 이런 단언들을 깨부수기 위한 장태주만의 성장기.
도선우의 스파링을 읽는 내내 가슴 속이 답답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편의에 의해 설계된 이 사회를 벗어나 자신만의 규칙으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 말도 있는데 그 말이 진리인가.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난 소년 장태주! 열일곱 살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스스로 우주에서 가장 불길한 기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소년.
장태주는 애초부터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세상에 대해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래, 그렇다면 제대로 살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고한다.
그리고 위선으로 가득찬 이 세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자들에게 위악으로써 대응해 나가기로 한다. 자기 안의 힘을 자각한 태주의 선택은 바로 폭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희망이 찾아온다. 태주의 능력을 알아봐준 소년원 담임은 그의 힘이 폭력으로 발산되는 대신 정당한 규칙 속에서 올바르게 발휘 될 수 있도록 권투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태주는 진짜 가족보다 더 진한 애정 속에 권투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보이지만 권투연맹의 조직적 횡포와 위협으로 또다시 좌절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인생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장태주. 하지만 이 사회는 그가 몸부림칠수록 질서유지라는 명목하에 장태주를 괴물로 몰아간다.
"살아가며 저돌적으로 인파이팅한 기억을 갖지 못하면, 언젠가 부딪히게 될 현실의 무게에 놀라 도망만 다니게 될 수도 있거든. 그래선 그 현실을 극복할 수도 없고 스스로를 증명할 수도 없으니까 살아가며 한 번 쯤은, 모든 걸 다 걸고 정면승부를 겨뤄봐야 할 필요가 있어."(222쪽)
실전보다 더 실진 같은 스파링을 끝내고 지금껏 지배해 온 악습에 장태주의 주먹은 무엇하나 꽂아 넣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