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놓아줄게 - 클레어 맥킨토시 본문
항간에 이생망이라는 말이 20대들에 많이들 회자된다고 한다. 이번 생 망했다는 뜻이다. 살다보면 이렇듯 낙담 하듯 말할 수 있겠지만 길이라는 게 살아보지 않고선 생기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또한 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딪쳐 살다보면 어떤 길이던 길을 정하고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니 길을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생이 망했는지 흥했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닐까.
얼마전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으면서 한동안 넋을 놓고 지낸 적이 있다.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에 황당한 뒷얘기가 감당이 안됐기때문에 생활 그자체가 공이었다.
그러다 눈에 띈 책 한권이 '너를 놓아줄게'라는 스릴러 책이다. 의미없이 읽게 되었지만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어 이 책을 소개한다.
맥킨토시의 '너를 놓아줄게'라는 책은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각각의 화자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다.
클레어 맥킨토시는 12년 동안의 영국 경찰경력을 지닌 작가로 재직할 당시 옥스퍼트에서 실제 일어난 미제사건을 모티브로 한 내용을 씀으로 작가 데뷔를 한셈이다.
제이콥 조던이라는 다섯 살 아이가 뺑소니차에 치어 숨진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브리스톨 경찰청의 경위 레이 스티븐스, 젊은 조각가 제나 그레이, 제나 그레이의 남편 이안 피터슨을 화자로 내세워 등장인물 각자의 정황을 드러내고 감정을 이끌며 사고란 불가항력이며, 어느 누구도 피해자 또는 피의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근본적인 심리를 엿보게 한다.
경찰은 다섯 살 아이가 뺑소니차에 치어 숨진 사건이 난항에 빠져 아무런 소득없이 잊혀져가는 가운데 브리스톨 경찰청의 경위와 경사만은 그 사건을 놓지 않고 조용히 추적을 계속한다.
그리고 또 한명의 인물, 제나 그레이는 브리스톨에서 촉망받는 젊은 조각가였으나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피해 모든 것을 버리고 인적이 드문 해안가 마을로 숨어든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오두막집을 하나 빌려 살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하지만 지난 몇 해 동안 그녀를 에워싼 불안과 두려움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해안가의 조그만 마을의 꾸임없고 따뜻한 이웃들이 제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자 그녀는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품어보는데 과거는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각 인물들의 심리상태나 상황등이 이해하기 쉽고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장이 넘어간다. 마지막 부분에는 반전이 있긴 하지만 임팩트가 크지않았다. 그래도 허무하진 않았다.
책 한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나서 한편의 영화를 본듯 뒷이야기를 그려보기에 '너를 놓아줄게'는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